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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24. 2022

20화 기념일 징크스


"왜 톡 보냈는데 답이 없어요?"


오늘은 애삼이랑 사귄 지 200일 되는 날이다. 하필 오늘 그는 가족들과 식사하러 갔고, 난 친구들을 만나 늦은 저녁을 먹었다. 늦게라도 얼굴 보기로 약속했기에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그를 기다렸다.


엄마랑 이모를 데려다주고 오면 11시쯤 될 거라고 했다.

'올 때 되면 오겠지. 오랜만에 블로그 리뉴얼이나 해볼까.'

이래저래 고민하고 다듬다 보니 자정이 가까워졌고, 때마침 그가 귀가했다. 하지만 그는 안 그래도 친척들 때문에 힘들었는데 나한테서 연락이 없어서 걱정되고 서운했단다.


"취침모드 해놓아서 알람이 안 왔어요. 늦는다고 해서 다른 거 하면서 기다렸죠."

"그래도 서운해요. 혹시나 잠들었나 싶어서 전화도 못 하고..."

 

그의 불평을 묵묵히 듣다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주었다.



"이백 일이라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는데...넘 무심한 것 같아요."

"기념일 징크스 있어서 따로 안 챙긴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애삼이랑 보내는 매일이 기념일이에요."




원래 남들 다하는 건 일부러 피해 가는 청개구리인 데다 기념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밸런타인데이에 레스토랑 예약했는데 연인이 야근하는 바람에 취소한 적도 있고, 당일에 선물까지 준비해서 연락했는데 두절된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 번은 연인한테 특별한 걸 주고 싶어서 없는 시간 쪼개서 도시락 준비했는데, 초콜릿이 빠져 서운하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물론 기념일 핑계로 좀 더 특별한 날을 보내는 건 좋다. 그러나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한 날들을 단지 남들이 기린다는 이유로 챙기는 풍습은 사라지는 게 좋지 않을까.


기념일이여 물러가라!!

초콜릿 따위 내 돈 주고 사 먹으면 된다.

기념일 챙기고 싶어도  챙기는 사람 많고

기념일 때문에 다투는 이들 목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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