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만한 존재의 가벼움

by 은수달


존재도 무게를 잴 수 있을까.


오래전, 어느 카페에 놓인 저울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체마다 분자량이 다르니까 무게 측정은 가능하겠지만, 존재의 경중은 누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여성이 덤프트럭에 깔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단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그녀의 삶은 누가 보상해 줄까. 보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법의 심판 앞에서도 존재의 무게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시급으로 환산한 노동 가치는 별개로 치더라도, 숨만 쉬어도 드는 비용은 생명의 가치에서 얼마나 차지할까.


수다를 좋아하는 루니는 참을만한 존재의 가벼움을 가졌지만 마음도 그만큼 자유롭다. 반면에 참기 힘든 존재의 무거움을 가진 채 살아가는 수달은 마음도 대체로 무겁다.


모든 존재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 국가, 거주지 등이 정해지기도 한다. 불평한다고 해서 타고난 운명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존재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대신 존재가 가진 무게에 대해 스스로 정의 내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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