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종이 쪼가리가 아니잖아요

by 은수달


'이것저것 물어봐놓고 안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오늘은 독서모임 있는 날이다. 참석을 누른 한 분이 모임 장소와 주차장에 대해 묻기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별다른 얘기가 없어서 좀 늦으려니 생각했다.


모임이 시작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언급이 없어서 어디쯤이냐고 물으니 일이 늦게 마친단다.


'헐... 그럼 늦게라도 오겠다는 건가? 아님 못 온다는 건가?'


몇 시쯤 도착가능하냐고 물으니 그때서야 못 갈 것 같다는 답장이 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무리 급한 사정이 생겼다고 해도 참석 여부 정도는 미리 알려주거나 양해를 구하는 게 상식이자 인간으로서의 도리 아닐까.


실제로 모임 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나서 양해를 구한 뒤 불참 의사를 밝힌 회원도 있고, 몸살이 심해져서 못 온 분도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수로 부딪쳤지만 상대가 많이 당황했을 테니 사과해야지."

"부득이하게 당일에 모임을 취소할 경우 간단한 사유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 노쇼가 '그럴 수도 있다'라는 분위기로 바뀐 걸까.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이 전염시킨 걸까. 그래서 각종 행사장에선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참가비를 받거나 연락 없이 불참할 경우 불이익을 주고 있다. 심지어 게스트까지 데려오기로 해놓고 당일에 취소하는 바람에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모임도 보았다.


약속은 종이쪼가리가 아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번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약서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을 물게 하는 것도 약속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내가 쉽게 여긴 약속이 누군가에겐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재고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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