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방문하기 전, 카페에 잠시 들렀다.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책을 읽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고,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애청 중인 일본 드라마 <첫 입에 반하다> 역시 쉬운 대사는 귀에 들어왔고, 예전에 배운 표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중국어로 된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의 뜻을 알고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서 좋다.
몇 년 전, 지하철역에서 미국인 강사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십 년째 살다 보니 한국인이랑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했다. 우린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정치와 관련된 용어 빼고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는 경전철을 갈아타고 출퇴근했는데, 지하철 매표소 앞에서 망설이는 일본인을 발견했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수영역까지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때마침 나의 동선과 겹쳐서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남자와 결혼한 친누나를 만나기 위해 도쿄에서 왔단다. 우린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었고, 덕분에 귀가하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곳의 역사나 문화까지 더불어 익히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영어식 표현이 좀 더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창 일본어를 배울 때는 일본식 표현을 즐겨 사용했고, 영어 에세이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좀 더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유창하진 않더라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