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돌봄 서비스

by 은수달


"담주 토요일에 동창회 있는데 그날 우빈이 좀 봐줄래?"


내키지 않았지만, K 장녀로서 순순히 받아들였다.


반면에 막내 조카는 이모집에서 하룻밤 잘 수 있다며 들떴고, 금요일 밤에 만나기로 했다.


'조카 오면 뭐 하고 놀지? 점심 먹고 동물원이나 가볼까?'


워낙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녀석이라 어떤 걸 좋아할지 몰랐다. 거기다 입맛도 까다로워 맛집 리스트를 추려보았다.


"이모 어디야?"

"거의 다 왔어. 집 앞이야."

교육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조카한테서 연락이 왔다. 못 본 사이 부쩍 커버린 조카가 조금 낯설었지만, 우린 금방 예전으로 돌아갔다.



"토스트랑 누룽지랑 시리얼 있는데 뭐 먹을래?"

"다 먹을래."


다음 날 아침, 식사 메뉴를 고르라고 하자 전부 다 먹겠단다. 하지만 토스트랑 누룽지를 맛있게 먹더니 수저를 놓았다.


"공연 얼마 안 남았으니까 외출하기 전에 노래 한 번씩만 연습할까?"

"악보가 잘 안 보여, 이모."

"그럼 프린트해서 줄게."


조카가 궁금해하면 무엇이든 알려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제공하는 조카 돌봄 서비스.


음원을 틀어놓고 악보를 보면서 노래 부르기 시작하는 녀석이 신기하면서도 대견했다. 얼마 전에 콩쿠르에 참가했던 곡을 연주해 보겠단다. 영상으로 보다가 직접 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한 가지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은 나랑 비슷하다. 입맛도 예민해서 뜨겁거나 간이 센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점심은 아웃백 가서 먹을까?"

"좋아요!"


우린 푸짐하게 시켜서 배불리 먹고, 실내동물원으로 향했다. 새를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별로라고 했다. 대신 토끼, 양, 미어캣 등 다른 녀석들한테 먹이를 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목말라, 이모."

"그럼 시원한 거 마시러 갈까? 뭐 먹고 싶어?"

"음...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먹을 수 있는 카페로 향하니 이번엔 망고 스무디가 먹고 싶단다. 매번 먹고 싶은 것이 입 밖으로 나오는 걸 보니 내 조카 맞다. 하지만 스무디가 생각보다 차가운지 춥다고 했다. 이번엔 차 안에 있는 외투를 꺼내서 입혀주고,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


"이모, 혼자 사니까 어때? 좋아?"

"응, 좋아. 원할 때 먹고, 자고, 놀 수 있으니까."


예상 못한 조카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이모, 비는 왜 오는 거야?"

"음... 구름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가 무거워서 빗방울을 내뿜는 거란다."


이모라는 역할이 때론 힘들지만, 신나게 웃고 떠드는 조카를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구김살 없이 자라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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