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처럼 위치 교환이 필요해

by 은수달

"부장이랑 자리 좀 바꿀래? 견적 내는 것 차장한테 배워야 하거든."

"그럼 컴퓨터랑 서류함 전체를 옮겨야 할 것 같은데요."


원래 나의 자리는 지금 부장님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관리 전반에 관한 업무를 배우려고 차장님 옆으로 이동했고, 몇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무엇부터 옮길지 순서를 정했다.



"우선 위에 놓인 서류랑 필기구부터 따로 빼놓고, 하나씩 옮겨볼게요."


컴퓨터 본체부터 옮긴 후, 모니터를 들어서 받침대 위에 놓으니 휘청거렸다. 내가 쓰던 모니터가 더 커서 중심을 잡지 못한 모양이다. 결국 회사에서 직접 제작한 받침대까지 같이 옮겨야 했다.


"코드 그대로 빼서 꽂으려 하는데, 안 맞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보통 멀티 탭은 다 맞을 텐데요."


컴퓨터 박사한테 도움을 청하니 멀티탭을 다른 걸로 바꿔서 끼웠고, 다행히 딱 맞았다. 본체에 연결된 선의 위치를 외워둔 덕분인지 생각보다 빨리 연결했다.


틈틈이 책상 위를 정리하고 닦는데도 숨은 먼지가 많았다. 쓸고 닦고 나머지 서류들을 정리하고 나니 삼십 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조금만 더 타다가 타이어 위치교환하러 오세요. 그때 엔진오일도 교체하면 될 것 같아요."


차계부 어플 '마이클'에서 엔진오일 교체 시기라고 알려줘서 근처 타이어 매장을 찾았는데, 아직 여유가 있었다.


타이어처럼 물건도, 사람의 입장도 가끔은 위치 교환이 필요한 것 같다. 익숙해져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놓친 부분들이 신기하게도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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