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실수를 낳는다

by 은수달


"미음에서 계산서 발행 안되었다고 하던데요."

"아, 임대료 끊는 걸 깜박했네요."


매월 말일에 업체 두 군데 임대료와 전기요금 계산서 발행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한 군데 임대료 발행을 깜박한 것이다.


'감사도 끝났으니 일주일만 출근 안 했으면 좋겠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결산은 며칠 전에 비로소 끝이 났다. 일 년의 절반 가량 결산 및 감사 업무를 하다 보면 아무리 멘털이 강한 사람이라도 번아웃이 오고 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각종 관공서에서 결산 서류를 요청해서 쉴 틈이 없었다.


'실수로 공급가만 보냈네. 나머지도 입금해 줘야겠다.'

매입내역서를 살펴보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고 곧바로 차액을 송금해 주었다. 일 년에 몇 번 안 하는 결제 실수를 이 시기에 몰아서 하게 된다.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일까.


점심 먹고 이슬아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읽으며 머리를 식힌다. '작품을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판매가에 숫자 '0'하나를 빠트려서 대소동을 벌이는 주인공을 지켜보면서 저절로 조마해진다.


예전에 부장님은 거래처에 '0' 하나를 더 붙여서 보내줬는데, 결산 기간이라 못 돌려받고 거래금액만큼 공제해야만 했다. 그 뒤로 결제할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같은 숫자를 몇 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스스로를 상사로 여기는 작품 속 '슬아'처럼 수달 역시 마음속에 상사를 품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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