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이 바뀌면서 상가주택에 대한 규정도 바뀌었다. 필로티 구조로 만든 빌라가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계기로 내진 설계가 더욱 강화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의 원인은 필로티 구조가 아니라 노후된 시설물이었단다.
옥상까지 합쳐서 상가주택 층고는 9미터 남짓. 층마다 3미터씩 잡아도 단열재, 전선 등을 넣으면 실제 층고는 훨씬 낮아진다. 문제는 이번에 짓고 있는 건물의 1층 높이가 2400mm. 다른 건물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주거지인 2층과 3층의 층고 때문에 조금 낮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요즘엔 층고를 높이는 추세인 데다 상가라는 특성 때문에 높을수록 개방감이 있어서 선호된다.
주위의 상가들을 돌며 직접 층고의 치수를 재본 결과, 지금 짓고 있는 상가의 층고가 확실히 낮았다. 비록 200mm 차이인데도 실제로 공간에 속했을 경우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건축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실 사용자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한 번 짓고 나면 재건축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체 층고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횡 단면도]
그동안 부모님 통해 믿고 맡겼는데, 설계사가 지나치게 원칙을 고집하는 바람에 중간에 조율하던 소장도, 그걸 받아들여만 하는 건축주도 난감해졌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입지와 시공사 선정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설계사나 시공사는 고객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최선의 대안을 내놓고, 건축주는 전문지식을 최대한 익혀 구체적으로 요구하되, 깐깐하게 고르고 조율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