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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부부의 집들이
by
은수달
Jun 12. 2022
집들이: 이사한 후에 이웃과 친지를 불러 집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
코로나 때문에 보류되었던 지인의 집들이가 어제로 확정되었다. 애삼이를 통해 알게 된 집주인은 결혼 10년 차로, 8살 딸 한 명이 있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어느 아파트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30분경. 마침 다른 손님들도 거의 다 왔다고 했는데, 그중 두 사람과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쳤다.
"저, 머리 잘렸어요."
못 본 사이 헤어 스타일을 바꾼 M이 말했다. 하지만 커트를 하고 나니 그의 이목구비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서 잘 어울렸다.
10평대의 소형 빌라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얼마 전에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부부는 로봇 청소기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집안을 유지하는 게 나름의 원칙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애 둘이 만나 슬라임을 하는 순간, 그 원칙은 잠시 무너졌다.
"배고픈데 디저트부터 먹을까요?"
L이 일 마치고 오려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우린 내가 사 가지고 간 타르트부터 먹었다. 보통 집들이 선물로 휴지나 세제 등을 선택하는데, 그런 건 이미 구비되어 있을 것 같아서 나눠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골랐다.
"이 사람은 중간이 없어요. 직설적인 데다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여기 모인 여자분들은 사막에 떨어져도 잘 살 것
같아요."
알고 보니, 여자 넷의 MBTI는 E로 시작하고, 남자들은 I로 시작했다. 쉽게 말해 이성형과 감정형의 사람들이 만난 것이다.
"그래도 선이 분명하니까 편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 선을 살짝이라도 넘으면 바로 반응이 오더라고요. 항상 긴장하고 있어요."
남들한테 민폐 되는 것이 싫어서 딸도 엄격하게 키우고 있다는 부부는 혹시라도 아이가 주눅 들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달라서 그것만 잘 파악하고 케어해주면 될 것 같아요."
"전 조카만 셋인데, 오 박사님 방송
보니까 도움 많이 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택배사에서 일했다는 싱글 C는 젊고 힘센 남자들도 겁먹고 도망간다는 '상차(차에 짐을 실음)'를 수월하게 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전 재밌던데요. 오히려 초반 분류작업이 지루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자들이 접근을 못 하지. 빈틈도 좀 보여야 남자들도 다가올 수 있다고."
"괜찮아요. 연애할 시간 없어요."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C는 부모님 대신 막냇동생을 돌봐주느라 3년을 희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의 일이 잘 안 풀리자 그 원망이 자신한테 돌아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틈틈이 취미생활도 즐기는 C는 내가 보기에도 참 대단한 것 같다.
한 달 정도 연애하다가 얼마 전에 혼인신고를 마친 M은 이제 조금씩 부부가 된 사실이 실감 난다고 했다.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 통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배우고 있어요."
"때론 다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본인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무의식적으로 숨기더라고요."
각자 자라온 환경도,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한 자리에 모이니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난 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자연스레
대화에 녹아들었고,
새삼 내가 자라온 환경의 장단점과 나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르트맛집
#카페미뇽
#집들이선물
카페미뇽
부산 동래구 명륜동 53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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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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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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