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

by 은수달


붕우유신. 친구 사이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친구나 가족, 지인 사이에 믿음을 저버리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모임에서 같이 어울리다 얼마 전에 매장을 오픈한 H가 있다. 지인들이랑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모임에도 가입하는 등 도와주려고 나름 애썼다. 그런데 며칠 전, 그로부터 뜻밖의 메시지를 받았다.


[탈퇴 부탁드릴게요... 매장 운영하는 모습 보여주는 거 민망하고 부끄러워서요...]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도대체 매장 운영하는 거랑 우리가 탈퇴하는 거랑 무슨 상관있는 거지? 여기저기 다니며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부족할 텐데... 이제 슬슬 회원들 늘어나니까 자만심이라도 생긴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 운영이 힘들다는 둥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둥 하소연 늘어놓던 그가 측은해서 평소에 친한 이들과 동시에 모임 가입했다. 하지만 바빠서 가끔 올라오는 글들만 읽고 참석은 하지 못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그는 몇 년 전에도 어느 모임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다 모임에 참석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탈퇴해버렸다. 황당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 짐작하며 넘어갔다.


평소에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덕업 일치의 삶을 선택한 그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좀 자리 잡아간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을 도와준 지인들을 잡초처럼 쉽게 여기고 있었다.


"모임 탈퇴하고 연락 안 하면 그만이야. 근데 이건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지..."


오래전, 어느 모임의 장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일반 회원뿐만 아니라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운영진들을 단칼에 잘라냈다. 결국 우린 똘똘 뭉쳐 다른 모임을 만들었지만, 가끔 그 일을 생각하면 어이없고 여전히 다른 이들한테 민폐 끼치고 다니는 그 사람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루 세 끼 밥 먹고 밥벌이한다고 해서 같은 인간은 아니다. 사람에 급은 없지만 격은 있는 것 같다. 공지영 소설 제목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은 곁에 두지도 말아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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