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자주 가던 산부인과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은 건 십여 년 전 봄이다.
미혼인 내게 자궁암이라니...
직접 두 귀로 듣고도 믿기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진단명은 같았으며, 자궁경부암이 의심되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고, 당사자인 나보다 엄마가 더 놀라고 걱정했다.
"혹시 모르니 서울에 있는 병원 가 볼래?"
"그럴까요?"
몇 달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고 자주 피로를 느꼈지만, 일시적인 거라고 무심코 넘겼다. 그러나 나의 자궁은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급하게 예약한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의사는 "음... 얼핏 보면 종양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암은 아니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궁의 모양이나 위치가 특이해서 오진할 가능성이 높으며, 검사 결과도 부정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단다. 덕분에 나의 자궁의 특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일 년에 한두 번 정기검진을 받았다.
오진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건강 관리에 더욱 힘쓰며 엔잡러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라는 병원의 문자를 받고 짬 내서 내원했다.
초음파를 들여다보던 의사가 물었다.
"최근에 생리통 심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어요."
"피검사 한 번 해보실래요?"
이유를 물으니 자궁선근증이나 근종이 의심된다고 했다. 피검사와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며칠 후 결과를 들으러 재방문했다.
"자궁벽이 두꺼워진 데다 근종도 커진 상태고, 무엇보다 내막증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대로 두면 상태가 더 안 좋아지거나 갑자기 종양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의사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 빈혈 수치는 정상이네요. 지금 증상을 지연해주는 시술이 있는데 받아보실래요?"
의사의 권유에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고, 한 달 전쯤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한동안 부정출혈과 비정기적 통증으로 몸조심하면서 지냈다.
출혈이 심해진 건 며칠 전부터다. 생리인 줄 알았으며, 시간이 지나면 멎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오히려 출혈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통증이 수반되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병원에 가봐야겠어.'
결국 시술 한 달 만에 기구가 저절로 빠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사이 자궁내막이 더 두꺼워진 것도 초음파를 통해 확인했다.
'운 좋으면 생리통도 양도 줄어들 줄 알았는데... 역시 내 몸은 이물질에 남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구나.'
의사는 당분간 출혈이 이어질 예정이며, 며칠 후에 내원해서 재검받을 것을 권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으니 조직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잡을 통해 수입원을 늘리고 있지만, 그만큼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더니 자궁은 뒤늦게 고통을 호소하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금 당장 큰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언제 또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될지 몰라서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여자에게 자궁은 건강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겪어야 할 고통 같은 건 없다.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피해 갈 수 있는 질병이나 고통은 있지만.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면서 억울함과 감사함이라는 두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이런 걸까. 찾아보면 감사할 일들도 많은데, 난 그동안 내 자궁을 충분히 보살피지 못한 것 같아. 지금 당장 내 손길이 많이 필요한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