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대마왕과 생양*치

by 은수달


"아무도 톡에 답을 안 해줬네요."

"괜찮아요. 그 사람 갑질 대마왕에 생양*치라 신경 안 써도 돼요."


제조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몇몇 거래처의 갑질은 때론 상식을 훌쩍 넘어서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며칠 전, 사장님한테 주요 거래처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슨, 거래처 구매 담당자가 우리 회사의 직원이 다쳐서 일손이 모자란다며 임의로 물량을 줄였단다.


"우리한테 한 마디 상의 없이,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물량을 줄였다고요?!"

사장님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직원이 다친 건 사실이 아닐뿐더러 물량 맞추는 데 지장이 없을 거라며, 조만간 만나서 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물론 요즘 경기가 어렵고 자재비도 점점 오르고 있어서 사정이 힘든 건 마찬가지. 하지만 사회에는 질서가, 업체 사이엔 상도라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거래한 중요한 업체이긴 하지만, 갑질도 정도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단가 때문에 제조업 사이에선 단가 후려치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인건비도 안 남긴 채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순 없을 것이다. 몇 원 차이로 언성이 높아지고, 때론 마음이 상한다.


몇 달 전, 모 거래처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실무자인 과장님과 미팅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까칠하게 굴더니 대놓고 기분 나빠서 거래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불필요한 절차를 통해 자기 식대로 업무를 처리해주길 요구했다.


"너무 자기 위주 아니에요? 한두 번 거래한 것도 아닌데, 피곤하게 왜 쓸데없이 일을 만들려고 한대요?"

"본인이 담당한 뒤에 욕먹을 일 생길까 봐 도망갈 구멍 만드는 거예요."

"그래도 상식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안 통하니까 문제죠."

"차라리 매뉴얼을 적어달라고 해요. 피할 건 피하고, 맞춰줄 건 적당히 맞춰주게."


옆에서 지켜만 보는데도 고구마 열 개쯤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화가 났다. 다들 그 직원 이름만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세차게 저을 정도다.


다들 먹고 사느라 아등바둥하는데, 저 혼자 살겠다고 혹은 피해 좀 덜 보겠다고 갑질을 수시로 한다면 누가 좋아하며, 또 누구에게 과연 득이 될까. 갑질 대마왕 대신 우수업체 담당자로 칭찬받으면 그게 결국 공생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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