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추우니까 여기 앉아요."
작년 겨울, 남동생네를 방문한 적 있다. 조카는 소파 위에 전기장판을 깔고 스위치를 켜더니 나보고 앉으란다. 마냥 어린 줄 알았는데, 이젠 고모 위할 줄도 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아끼고 보살피는 경우는 많지만,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는 뜻이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래 살다 보니 드물지만 '치사랑'도 겪는다.
오래전, 아는 동생과 가평에 놀러 간 적 있다. 남이섬을 둘러보고 서울행 열차를 탔는데, 빈자리가 딱 하나 있었다. 동생 보고 앉으라고 하니, 나한테 굳이 자리를 양보했다.
부모는 나이 들수록 어린애가 된다는 말도 있다. 신체적인 기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동안 고생한 걸 보상받고 싶은 욕구도 깔려있는 것 같다. 삼 남매를 키우며 억척스레 살아온 나의 엄마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리광이 심해졌다. 원래 본인 주장이 강한 편이었는데, 요즘엔 대놓고 자식들한테 뭔가를 요구한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도 있고, 안쓰러워서 못 이기는 척 들어준다. 부모님도 한 때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자식이었고, 나이가 들어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다.
일하느라 여기저기 다치고 멍든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지고, 동생들이 조카들 먹여 살리느라 애쓰는 걸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나 윗사람이 베푸는 사랑과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가끔은 '치사랑' 혹은 '오름사랑'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