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이라 괜찮아

by 은수달


'또 점검 중?'


이번 달만 벌써 두 번째 고장이다. 지난번에 조카를 데리고 왔을 때도 점검 중이라 계단을 이용한 적 있다.


그래도 괜찮아, 9층이니까. 짐이 있어도 상관없어. 내려가는 길이니까.




아파트에선 저층에 살아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처럼 고장 나면 계단 말고는 답이 없다.


오래전, 25층 오피스텔에 거주한 적 있는데 퇴근하고 오니 한 시간 넘게 점검 중이라 근처 친구 집에서 자고 온 적도 있다. 거기다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고층이면 그만큼 대피 시간도 길어진다. 그 뒤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구할 때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되었다. 평소에도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저층!!


소음이나 집값 혹은 풍경 때문에 고층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살아 보니 저층의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꼭대기층에 살면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복도나 아래층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무시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 무엇보다 저층에선 안정감이 생긴다. 사람은 땅이랑 가깝게 살아야 한다는 풍수지리설을 어쩔 수 없이 믿게 된다.




해마다 여름 철이면 광안리나 해운대는 몸살을 앓는다. 시도 때도 없이 막혀서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주말에 본가에서 식사 후 자가용을 가지고 시내로 이동한 적 있는데, 해운대를 빠져나오는 데만 삼십 분 넘게 걸렸다. 혹시라도 휴가철에 위의 두 지역을 택시나 자가용으로 방문할 생각이라면 여유 있게 출발하길 권한다.


가까운 거리도 자가용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주거지에 대한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꼭 고층에 살아야 집값이 오르거나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입지나 상권 따라 아파트 등 건물의 실 거래 가는 다르게 적용되며, 무엇보다 실 거주자의 입장이나 만족도가 중요하다.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층에 거주하는 가족은 좀 예외이긴 하다. 하지만 공동주택 거주자로서 기본적인 예의만 갖춘다면 1층이든 20층이든 층수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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