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서의 질병

by 은수달


그동안 온갖 진풍경을 연출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은유의 속박에 방해를 받은 두 가지, 즉 결핵과 암이다.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변이성 세포가 발견되긴 했지만, 지금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평균보다 암 유발 가능성이 2배 정도 높으니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올해 들어 병원을 자주 찾고 있다.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원인 불명의 미세 결절, 3센티미터가 넘는 물혹 등등.


내 나이가 되면 하나둘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한다던 어른들 말씀을 실감 중이지만, 막상 병원에서 검사받으면 원인을 알 수 없거나 특이 체질이라서 생긴 질병이 대부분이다.


유전적 요소는 어쩔 수 없다 쳐도, 환경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생긴 질병은 여러모로 속상하고 불편하다. 특히 암이나 각종 알레르기는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소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대인들한테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목터널 증후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남들보다 뼈대가 약한 편이라 집안일이나 회사일 할 때 특히 더 조심하고, 위장도 민감한 편이라 음식도 가려서 먹는다.





국내에서도 십 퍼센트 안에 드는 특이체질이라 식단도 약도 몇 배 더 신경 쓰고 있다. 코로나 때는 부작용 우려 때문에 백신조차 맞지 못했고, 생리통에 듣는 약이 없어서 십 년 넘게 고생했으며, 진통제나 건강식품도 가려서 먹곤 했다. 그래도 아직 큰 병에 걸린 적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에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인데도 크게 아프지 않으면 주위에서 쉴 틈을 안 주는 것 같아."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결국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야.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어."


조금만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일정을 조율하거나 알아서 병원을 찾는 나의 아버지. 덕분에 큰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적절한 시기에 치과를 방문해 치주 질환을 예방하고, 아슬아슬하게 실명의 위기를 피해 갔으며, 뇌출혈로 두 번이나 쓰러졌는데도 지금까지 별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다리의 통증이 지속되어 조만간 종합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단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거기다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고, 노후도 불안하다 보니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된다. 과로로 숨진 이들 대부분 전조 증상이 있었지만, 주위의 압박이나 본인 스스로 가진 과도한 사명감이 이를 무시하게 만들었단다.


우리는 항상 감기에 노출되어 있지만, 특정 요소와 만났을 때 기침, 콧물 등의 증상으로 드러난다. 초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면 가볍게 넘어가지만,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병으로 발전한다.


별일 아닐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몸이 내게 들려주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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