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서 더 재밌는 인연

by 은수달


"세상은 좁고 인연은 돌고 도니까 나쁜 짓하면 안 돼."

어른들 말씀을 어릴 적엔 이해 못 했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위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당근 마켓에 동네 인증한 뒤 게시판 알람을 켜 놓았더니 가끔 알람이 울린다.


며칠 전, 귀갓길에 낯선 여자들이 가로막고 서서 쓸데없는 얘길 해서 소리칠 뻔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댓글 남겼다. 잠시 후, 인** DM으로 온 메시지 한 통.


[제 댓글 밑에 글 남기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옆동네 사셨군요 ㅎㅎ]

[앗 ㅋㅋ 옆동네 주민이셨네요. 요즘엔 남자분들도 밤길 조심하셔야 할 듯 ㅠ]


밤길, 낯선 이들, 공포... 당연히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잠시 알고 지내던 남자분이었다. 요즘엔 밤 산책 자주 나가는데,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래전, 와플을 집에서 해 먹겠다는 야심(?)으로 장만한 독일산 와플메이커. 하지만 식감이 기대와는 너무 달라서 두세 번 쓰다가 창고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민하다 중고 카페에 올렸는데, 다음 날 지인한테 메시지가 왔다.


[쌤, 카페에 글 올린 거 보고 연락했어요~메이커 제가 사고 싶은데 조금 싸게 해 줄 수 있나요?]

그렇게 지인과의 중고 거래를 훈훈하게 마쳤고, 덕분에 얼굴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리스타로 일할 당시, 주말 알바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점장님이 급하게 직원을 뽑으려고 구직 사이트 몇 군데 올려놓았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제가 예전에 다니던 학원에서도 가끔 구인 정보 올라오던데 거기 제가 대신 글 올려볼까요?"


며칠 후, 한 명이 면접 보러 온다고 해서 점장님이랑 같이 기다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익숙한 얼굴에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대학 동기!! 바리스타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기에 내가 다니던 학원을 소개해준 적 있는데, 때마침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점장님한테 연락한 것이다.

"친구랑 같이 일해도 괜찮겠어요?"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일은 일이니까요."


그렇게 그 친구와 몇 달 동안 같이 일하게 되었고, 우린 나름 선을 지키며 사이좋게 지냈다.


하지만 마주치면 껄끄러운 인연도 있다. 바로 전 연인들. 세상이 아무리 좁아도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아서 재회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구남친.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어색하게 몇 마디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살다 보면 누군가한테 상처를 주거나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를 회복하거나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면 두고두고 생각나거나 후회할 수도 있다. 이상해서 더 재밌는 인연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절대 마주치지 말았으면 하는 악연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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