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랑의 법적 표현이다. 예식은 두 사람의 결합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치러지는 관습적인 증명 과정이다. 그 증명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17)
지갑이 아픈 것보다 내 배가 아픈 게 낫다. (21)
사랑은 가슴이 시키고 섹스는 맨몸으로 하는 것이지만, 연애를 맨입으로 할 수는 없었다. 구애라는 행위는 '최상의 준비'를 요구하는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23)
올해 들어 결혼식 참석만 네 번, 축의금만 보낸 것이 1건. 비혼 주의자 혹은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결혼이라는 관문을 힘겹게 혹은 자발적으로 통과하려는 이들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일 년 전에 계약한 예식장을 결혼식 한 달 앞두고 파혼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취소해야 하고, 집안 형편이 기운다는 명분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온갖 수모를 감수해야 하며, 때론 돈이라는 이름 앞에서 구애도 초라해지는 세상이다.
나호선의 에세이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은 남다른 가정형편과 처지 때문에 불우하게 살아가면서도 나다움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솔직하면서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