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건축과 인테리어 사이

by 은수달



"전기함이 왜 저기 있어요?"

"그게... 작년에 관련 법규가 바뀌었는데, 도면에도 저기에 있더라고요."

"그럼 처음부터 상의를 했어야죠. 복도를 깔끔하게 하려고 한 쪽에는 일부러 타일로 붙였는데... 거기다 통신함까지..."


준공을 앞두고 3층을 둘러보던 나와 투자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기함의 위치 때문에 당황했다.


보통 두꺼비집이라 불리는 전기함은 신발장이나 현관 구석에 있어서 미관을 해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급하게 전기함을 사용할 경우 쉽게 찾지 못한다는 현실 때문에 작년부터 법규가 바뀌어 노출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단다.


물론 법을 지키는 것까진 좋다. 그런데 왜 하필 복도란 말인가!!


방이나 다른 구석진 공간도 있는데...


알고 보니 설계사가 전기, 통신 관련 작업은 외주 맡겼는데, 그 직원이 마땅한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복도에 전기함을 배치했단다.


문제는 책임 여부를 누구한테 따지고,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었다.


"소장님이라도 먼저 발견했으면 저희랑 상의를 했으면 좋았잖아요. 물론 건축도 중요하지만, 저희 입장에선 인테리어도 중요하다는 걸 아시면서..."


건축주인 내가 그냥 넘어간다 해도 투자자가 노발대발해서 상황은 더 곤란해졌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서 이번 일은 생각보다 여파가 더 크고 오래갈 것 같았다.


다른 크기로 입체감을 살린 주방 조명, 그리고 환기 및 냉방 효과를 더해주는 거실 팬.


안방(침실) 한쪽에 설치한 조명. 은은해서 스탠드 대신 쓸 수 있다.



물론 각 분야마다 전문가가 따로 있어서 때론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책임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짓고 난 후 되돌리기 힘든 부분이라면 건축주랑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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