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가 화제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부부에게 적절한 처방전을 내려주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에 사연을 신청한 부부는 5남매를 키우고 있었고, 독박 육아에 지친 엄마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못해 섭식장애까지 겪고 있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어린 시절 내 모습이 겹쳐졌고, '이미 낳은 애들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데, 왜 더 낳아서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애들 볼 시간도 별로 없는 아빠와 보모를 구하기도 힘든 처지라 인생을 절반쯤 포기하고 오로지 육아에만 매달려야 하는 엄마.
생각해 보니 나의 엄마도 삼 남매를 키우면서 일까지 하느라 본인을 돌볼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일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숨 쉴 구멍이 생겼던 것 같다. 직장에 다니면 아무리 힘들어도 월급을 받고, 무엇보다 퇴근이 있다. 하지만 육아를 도맡은 이들에겐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아이들 신체리듬이나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틈틈이 집안일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난 아기 낳기 싫어."
곁에서 엄마가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첫째가 단호하게 말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나도 엄마처럼 보상 심리를 가지거나 많은 걸 포기하게 되겠지.'
실제로 수많은 여성들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분주하게 뛰어다니거나, 경단녀의 서러움을 혼자 견디거나, 자식과의 갈등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아이들 울음소리, 떼쓰는 소리, 서로 다투는 소리에 시달리다 보면 점점 웃음과 생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기도 하다.
그런 것도 못하느냐고, 왜 좀 더 육아에 신경 쓰지 않느냐고 비난하기 전에 이 험난한 세상에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지 않으냐고, 도와줄 건 없느냐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