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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Feb 13. 2022

6화 피는 물보다 무섭다


"이제 너 그만 컸으면 좋겠다. 안 귀여울 거잖아."

"대신 멋쟁이잖아요."


이번 명절 때 가족들과 저녁을 먹게 되었다. 올케 대신 조카가 먹을 생선을 발라준 남동생은 아들 바보다. 연애할 때는 여친한테 지극정성이더니 결혼한 뒤엔 애처가와 아들바라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남동생이 원래부터 다정한 남자는 아니었다. 귀하게 자란 장손에 늦둥이라 자기밖에 모르던 철부지였다.


"너 자라서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겠니?"

"너 계속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장가도 못 간다."

"설거지라도 할 줄 알아야 미래 와이프한테 사랑받지."

 

누나들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공부도 하고 틈틈이 집안일도 도와주던 남동생은 언젠가부터 조카한테 예비신랑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청소부터 요리까지 조카는 제 아빠를 닮아서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했고,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들도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여자애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왠지 올케를 닮아 있었다.




대부분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고 한다. 나의 남동생 역시 아버지를 일부분 닮긴 했지만, 일부러 닮지 않으려 노력한 점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과 음주다.


"난 어른 되어서도 절대 담배는 안 피울 거야. 술도 가능한 안 마실 거고."


애연가이자 애주가인 아버지를 보면서 동생은 단호하게 외쳤고, 본인이 내뱉은 말을 지키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남동생은 평범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님 몰래 연애도 하고 틈틈이 책도 읽었다. 누나들과 함께 자라서인지 여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누나나 여동생을 둔 남자가 형제만 둔 남자보단 연애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째,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질 가능성이 적다. 둘째, 누나나 여동생을 통해 여자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셋째,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비교적 자연스럽다.


취미생활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남자보단 취미생활을 적당히 즐기고 자기 계발도 하는 남자가 연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솔로로 지낼 때는 원 없이 자기 생활에 몰두할 수 있지만 연애를 시작하면 자신의 삶 일부분을 상대한테 내주어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에 관심 없는 남자보다 신경 쓰는 남자가 연애도 잘한다.


"전 직업도 나름 괜찮고 사람들이랑도 잘 어울리는 편인데 왜 여자들이 제 가치를 몰라주는 걸까요?"


가끔 이렇게 묻는 분들에게 거울부터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봐도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나 스타일을 가졌는데, 아무리 외모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여자들은 기왕이면 깔끔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남자를 선호할 것이다.


"아마 센스가 부족하거나 여자들이 진짜 원하는 걸 몰라서일 거예요."


경험이 부족하면 책이나 영상이라도 열심히 보자. 모범 사례들을 열심히 연구하고 실전에 적용하다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sense)'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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