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잘렸다고요?
어느 주말 아침, 지인한테 온 톡을 확인한 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전후 사항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방금 들은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한 달 전, K가 일하는 회사에
이십 대의 여직원이 입사했고
일하던 중 발목을 다치고 말았단다.
며칠 후,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태워줄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운전할 줄 아는 K가
병원까지 데려다주었고
그 뒤로도 몇 차례 대리기사를 해주었단다.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받다가 터치도 하게 되었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K는 괜찮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그녀한테 물어봤다.
"괜찮아요. 과장님 넘 좋으신 분 같아요."
그렇게 앞에서는 눈웃음치면서
넘어갔고 K와는 몇 차례 더 톡을
주고받았단다.
거기서 끝났다면
지금 이 얘기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K가 부당해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다른 직원들한테
K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며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고,
사장님을 찾아가 K한테
성추행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거기다 부장한테 남다른 리액션을 보이며
친하게 굴더니
K가 무서워서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단다.
K의 말만 들은 부장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단 병가 내고 쉬라고 했고
나머지 일은 자신한테 맡기라고 했다.
며칠 후, K를 조용히 부른 부장.
죄송한데 그만 나가주셔야겠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K 때문에 여직원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다른 여직원들도 잠재적 대상이니
이쯤에서 조용히 입 다물고
꺼져달라는 얘기였다.
거기다 그녀는 K가 자신을 따로 불러
영화관에 가자고 했다는 둥
병원까지 태워주면서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는 둥
없는 사실을 주위에 퍼트렸다.
그 직원이랑 카톡 주고받은 내용 안 지웠죠?
얼른 백업해두고 채팅방에서 절대 나오지 마세요.
나중에 그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K가 그녀한테 살짝 과장된 행동을 한 적은 있었지만
성추행으로 그를 몰아세울 만한 정황은 전혀 없었다.
아픈 여직원한테 베푼 친절이
부당해고라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설사 그 직원 말이 사실이라고 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하면서
십 년이란 세월을 바친 직원을
하루아침에 쫓아낼 일인가 싶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사장은
일단 해고를 보류했지만,
언제 또 부장의 입김이 작용해
K를 궁지로 몰고갈 지 모른다.
그보단
자신한테 친절을 베푼 남자를 이용하고
주위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직장에 피해를 주면서도
자신이 피해자라 우기는 그녀,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
왜 그들은 누군가를 이용하고도
뻔뻔하다 못해
피해자 흉내를 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