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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an 31. 2022

5화 이용하고도 뻔뻔한 여자들


회사에서 잘렸다고요?

어느 주말 아침, 지인한테 온 톡을 확인한 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전후 사항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방금 들은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한 달 전, K가 일하는 회사에

이십 대의 여직원이 입사했고

일하던 중 발목을 다치고 말았단다.


며칠 후,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태워줄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운전할 줄 아는 K가

병원까지 데려다주었고

그 뒤로도 몇 차례 대리기사를 해주었단다.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받다가 터치도 하게 되었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K는 괜찮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그녀한테 물어봤다.


"괜찮아요. 과장님 넘 좋으신 분 같아요."


그렇게 앞에서는 눈웃음치면서

넘어갔고 K와는 몇 차례 더 톡을

주고받았단다.



거기서 끝났다면

지금 이 얘기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K가 부당해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다른 직원들한테

K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며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고,

사장님을 찾아가 K한테

성추행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거기다 부장한테 남다른 리액션을 보이며

친하게 굴더니

K가 무서워서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단다.


K의 말만 들은 부장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단 병가 내고 쉬라고 했고

나머지 일은 자신한테 맡기라고 했다.



며칠 후, K를 조용히 부른 부장.


죄송한데 그만 나가주셔야겠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K 때문에 여직원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다른 여직원들도 잠재적 대상이니
이쯤에서 조용히 입 다물고
꺼져달라는 얘기였다.

거기다 그녀는 K가 자신을 따로 불러

영화관에 가자고 했다는 둥

병원까지 태워주면서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는 둥

없는 사실을 주위에 퍼트렸다.


그 직원이랑 카톡 주고받은 내용 안 지웠죠?
얼른 백업해두고 채팅방에서 절대 나오지 마세요.



나중에 그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K가 그녀한테 살짝 과장된 행동을 한 적은 있었지만

성추행으로 그를 몰아세울 만한 정황은 전혀 없었다.


아픈 여직원한테 베푼 친절이

부당해고라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설사 그 직원 말이 사실이라고 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하면서
십 년이란 세월을 바친 직원을
하루아침에 쫓아낼 일인가 싶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사장은
일단 해고를 보류했지만,
언제 또 부장의 입김이 작용해
K를 궁지로 몰고갈 지 모른다.

그보단
자신한테 친절을 베푼 남자를 이용하고
주위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직장에 피해를 주면서도
자신이 피해자라 우기는 그녀,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

왜 그들은 누군가를 이용하고도
뻔뻔하다 못해
피해자 흉내를 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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