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축의금 때문에 선후배 사이에 금이 간 사연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결혼 풍습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광경임을 깨달았다.
여기저기 경조사를 많이 다니다 보면 금액 때문에 가끔 고민될 때가 있다.
'덜 친해도 5만 원은 해야겠지? 너무 적은가? 요즘엔 10만 원도 많이 하던데...'
진심 어린 축하나 위로보다 금액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기대 이하의 금액 때문에 마음 상하거나 그걸 표출하는 상황.
'결혼식 준비하는 데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었으면 청첩장 하단에 '식사비용이 8만 원을 넘기 때문에 축의금은 8만 원 이상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문구라도 넣어야 하지 않았을까.
돌려받을 거란 기대로 베푸는 건 선물이나 호의가 아니라, 비즈니스이자 한쪽의 일방적인 기대이다. 원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했다고 상대의 진심까지 의심한다면 그건 오히려 상대를 모독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축의금뿐만 아니라 생일을 포함한 각종 기념일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선물의 금액을 입력해놓고 거기에 맞춰 상대한테 돌려준다면 원래 '선물'이 가지는 의미를 훼손하게 된다. 아프리카 동부의 갈로족에게 '선물'은 부의 재분배라는 의미로, 3년에 한 번씩 날을 잡아 곡식을 마음껏 가져가게 했단다. 서로 더 가지려 애쓰고, 돈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어쨌든, 축의금이 5만 원이면 어떻고 100만 원이면 어떠하랴. 당신은 봉투의 두께로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다. 결혼식의 당사자는 상대한테 서운함을 가지는 대신 상대의 성의 표시를 화폐 가치로 매기는 속물근성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