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나이가 든다는 것은

by 은수달


"너, 보톡스 좀 맞아야겠다."

"네?"

내 눈을 유심히 쳐다보던 어머니가 불쑥 내뱉었다.


"아직 안 해도 되겠는데요?"

옆에 있던 여동생이 거든다. 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동안(?)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잊을 만하면 어머니는 내 나이나 외모에 대해 언급하면서 괜히 기를 죽인다.


그동안 나름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오며 남들보다 젊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생물학적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그보단 몇 년 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한 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좋아하는 운동도 마음껏 하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주말을 맞이해 오랜만에 트레킹을 하러 갔다. 처음엔 산책 삼아 가볍게 둘러보고 올 생각이었는데, 걷다 보니 공기도 맑고 풍경도 좋아서 2시간 넘게 걷고 말았다.


[이기대공원 해파랑길에서]


"이렇게 오래 걷는 건 오랜만이라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어릴 적엔 아버지를 따라 높은 산도 거뜬히 오르곤 했는데, 먹고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등산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주위 친구들도 운동이나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해도 건강하게 살면서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운동과 건강관리는 필수인 것 같다. 1931년생 박완서 작가도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집필 활동도 꾸준히 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늙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날 권리를 빼앗겼지만, 한편으론 얻은 것들도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쓸데없는 관심

불필요한 지출

성가신 연락


이제 그만


코로나 바이러스도

치솟는 물가도

민폐도

그만해 제발


-은수달, <그만>


짧은 글은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다듬어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내가 전에 쓴 글들을 되짚어보며 그동안 살아온 흔적이나 감정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재확인한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들


1.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아지면서 그에 대한 대비책도 생긴다.

2. 살아갈 시간이 줄어드므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3. 쓸데없는 투정을 부리거나 허황된 꿈을 좇지 않게 된다.

4. 웬만한 일에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5. 인생을 좀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여전히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거나 나잇값을 못하는 어른도 많을 것이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일찍 태어났다고 해서 먼저 떠난다는 법도 없고, 빨리 달린다고 해서 삶이 연장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눈앞에 닥친 과제들을 하나씩 해치우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


1. 몽테뉴, <나이듦과 죽음에 대하여>

2. 파멜라 드러커맨, <맙소사, 마흔>


https://book.naver.com/bookdb/review.naver?bid=10771082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4368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