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짜증으로, 짜증은 우울로, 우울은 체념으로 번져가던 차에 드렁큰 에디터를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출세욕'에 대한 글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스테디셀러란 유행을 타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팔리는 책, 의류 등의 상품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유행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스테디셀러'가 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부의 추월차선, 보통의 언어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아몬드 등 영풍문고 스테디셀러에 올라온 책들 대부분 내가 읽었던 작품들이다. 꾸준히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대중성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작가한테는 인세라는 고정 수입이 생기니 좋을 것이다.
상금이 큰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는 꿈이니 우선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것에 도전해 보자.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떠올리고,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로는 <수학의 정석>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예전에 서평에 관한 글을 적으면서 분야별로 베스트셀러를 정리한 적이 있다. 그중엔 스테디셀러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언급한 동인지의 단편소설 역시 스테디셀러 중 하나이다. 물론 재능기부나 다름없어서 고정 수입이 생기지는 않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 꾸준히 읽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을 반영한 기사를 참고해서 쓰게 된 단편소설 <김 과장은 외근 중>은 내가 원래 쓰고 싶었던 글의 형태나 색깔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남자들의 지상낙원. 그곳엔 잔소리하는 아내도, 돈 달라고 떼쓰는 아이들도 없다. 그러나 그곳이 과연 천국이라 할 수 있을까. 이제 퇴직금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몇 달 후면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시간들이.
-노은수, <김 과장은 외근 중>
연세대 정희모, 이재성 교수가 학생들한테 도움을 주기 위해 쓰게 된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도 글쓰기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누나, 한글 맞춤법은 아무리 공부해도 잘 모르겠어. 괜찮은 책 없을까?"
세 살 때 외삼촌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절반은 중국인이나 다름없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편하게 사용하던 사촌 동생이 어느 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위의 책을 포함해서 두고두고 볼 만한 책 2권을 추천해주었다.
역사와 세계사를 배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화 한국사와 만화 세계사 시리즈 또한 학습만화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할 때 학부모들로부터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위의 시리즈였다.
서른쯤 먹으면 잘 나가는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애인도 있을 줄 알았다. 서울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내 명의의 오피스텔에서 밤이면 밤마다 재즈를 틀어놓고 분위기 잡으면서 살 줄 알았다.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현실은 기대나 이상을 종종 배반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나도 위의 작가처럼 서른쯤 되면 잘 나가는 작가까진 아니더라도,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우아하게 재즈를 들으며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거라 믿었다.
지금의 난 본업에 충실하면서 틈틈이 글도 쓰고, 브랜딩을 하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가끔은 내가 원래 원했던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냥 좋아하는 책 실컷 읽으면서 글이나 썼으면 좋겠다. 경제적 자유가 주어진다면 책방 열어놓고 가끔 놀러 오는 사람들한테 맛있는 커피 내려주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게 된다면 더 좋을 테고...'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도 소박한 삶을 지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이라 돈에 대한 욕심도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돈은 먹고살 만큼 적당히 벌기에도 벅차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고, 대신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로 결심했다.
어느 책 제목처럼 몇 부라도 꾸준히 팔리는 책이나 글을 써야겠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