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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에 대비하려면 다양한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직은 난생처음이라

by 은수달

"올라가는 길에 차가 퍼져서... 열차 타고 가야 할 것 같아."


이직 후 첫 출근을 앞둔 K한테서 일요일 오후, 다급한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오전에 올라간 거 아니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부모님 일 도와주다 보니... 근데 갑자기 차가 말썽 부릴 줄은 몰랐네."

"하필 오늘... 그러게 미리 올라가라고 했잖아."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고향에서 짐을 챙겨 일요일 오전에 출발하려고 했던 K의 계획은 예상 못한 차량고장으로 급변경해야만 했다.


"양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열차 있을까?"

"글쎄... 물금에서 갈아타는 건 있는데..."

주말이라 대부분 좌석이 매진되었지만, 다행히 그는 밤늦게 상행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끼어든다. 특히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일이 꼬이면 뭔가 복잡해지고 당황스럽다.



몇 년 전, 서울의 모 병원에 진료를 보기로 해서 당일 오전 비행기를 예약했다. 하지만 하필 그 시간에 연착되는 바람에 병원에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올라간 적이 있다.


K의 일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을 도와주려는 마음은 기특하지만, 본인 일정이 우선 되어야 한다. 급하게 올라가려다 이번처럼 차가 고장 날 수도 있고,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나 역시 면접 당일에 심하게 아파서 결국 포기했던 적 있었고, 중요한 세미나를 앞두고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불참해야만 했다. 유튜브 첫 촬영일에는 목이 심하게 부어서 촬영을 미룰 뻔했다.


"물건 하나 더 파는 것보다 CS나 배송에 최대한 신경 써서 이미지 실추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해요. 단순히 금액적 손실뿐만 아니라 스토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온라인 스토어 창업을 앞두고 강사한테 들었던 말이다.


현명한 사업가나 투자가들은 매출 극대화보다 리스크 관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 방심하다 놓친 부분이나 고객은 없는지, 사소한 행동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입지는 않을지 늘 고민하고 살핀다. 일부 대기업이나 증권 회사에서 리스크 관리부를 따로 두는 것도 바로 위와 같은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사업가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여행 일정을 세우거나 데이트 코스를 짤 때는 컨디션에 대비해 여유 있게, 자금관리 계획은 좀 더 꼼꼼하게, 지인들과의 약속은 가급적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이나 이사도 여러 번 하고, 회계 쪽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리스크 관리능력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방심하다 위기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수시로 내 삶을 체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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