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목이 붓고 콧물이 나와서 감기가 나한테 옮은 줄로만 알았다. 며칠 전에 자가 키트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방심한 탓일까. 주말이 지나도 감기가 낫지 않아 보프님은 출근길에 내과에 들렀다. 그런데 양성이라니... 주말 내내 붙어 다녔던 나도 혹시??
마침 자가 키트 여분이 없어서 곧바로 편의점에 들러 구입한 뒤 검사... 다행히 음성이다.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다. 퇴근길에 보건소에 들러 pcr 검사도 받을 예정이다.
백신 패스가 실시된 이후 미접종자인 난 쓸데없는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혹시라도 감염되어 가까운 이들에게 전파시키진 않을지... 외식하고 싶은데 나 때문에 배달음식을 지겹도록 시켜먹는 건 아닌지... 직장에서도 업무에 지장을 주진 않을지...
그래서 몇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방역수칙을 남들보다 더 철저히 지키기
둘째, 불필요한 외출 자제하고 동선 체크하기
셋째, 외식 자제하고 택배나 배달음식, 콜택시 결제는 비대면으로 하기
넷째, 자가 키트로 일주일에 한두 번 셀프 체크하기
다섯째,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면역력 기르기
신의 도움 덕분인지 아님 그저 우연일지 몰라도 3차까지 접종한 보프님은 양성, 미접종자인 난 음성으로 나왔다.
주위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양성이라 지금 보건소 가는 길이야."
지난 주말, 목욕탕에 다녀온 친구의 아버지가 확진되어 동거 중인 친구도 자가 키트로 검사했단다.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만, 계속 불안해했다.
"금욜에도 사람 만났는데... 혹시나 양성이면 어쩌지?"
"보통 밀접접촉자나 동거인은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대. 그리고 동거인은 틈틈이 검사받고 외출만 자제하면 된다더라."
이십 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보프님은 지금까지 일을 쉬어본 적이 딱 한 달이란다. 그래서 틈틈이 재택근무하는 날 부러워했다. 딱 일주일만 집에서 쉬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소원대로(?) 자가 격리된 것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은 배우자 때문에 2주간 격리된 적 있고, 사우나에 즐겨 다니던 어머니는 아슬하게 확진을 피해 갔다. 둘째 조카는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세 차례나 자가 격리했다. 반면에 감기와 비염을 달고 살던 난 유사 증상이 많아서 검사도 자주 받았는데 아직까진 괜찮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직장에선 혼밥 할 때가 많다. 백신 패스로 인해 혼자 식사하거나 카페를 이용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익숙한 광경이다. 나 하나만 아프면 병원에 다니거나 쉬면 되지만, 혹시라도 나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걸 최대한 막고 싶다.
보통 사우나, 목욕탕, 유흥업소 이용자 중 확진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확진자들의 증상도 제각각인 데다 무증상도 더러 있어서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자가 키트로 검사해보거나 외출을 자제하자. 접종해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미접종 자라도 가벼운 증상만 겪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나만 예외일 거란 근거 없는 희망 대신 운이 나쁘면 나도 걸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조심, 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