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51)
알베르 카뮈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삶의 부조리와 딜레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게 된다. <페스트> 역시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읽히는 고전문학 중 하나이다.
재앙은 죽음처럼 언제나 찾아올 수 있지만, 우리 인간은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페스트도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간의 무기력함을 일깨워줬지만, 작품 속 인물들처럼 언젠가는 지나가거나 피해 갈 수 있을 거란 오만함이 결국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재앙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존재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값을 매겨서는 안 된다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