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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l 14. 2023

독서일기: 이 시대의 페스트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


그 순간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의 출입문이 봉쇄되자, 서술자를 포함해 모든 시민들이 똑같은 난관에 봉착했으며 알아서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85)


사실 우리의 상황이 타협할 여지가 없으며 '타협'이라든가 '특전' '예외'라는 단어가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납득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렸다. (86)


그래서 해방의 날은 결코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바라보지 않은 채, 말하자면 항상 두 눈을 내리깔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91)



위의 구절을 본 순간, 코로나 거리 두기가 4단계까지 올라간 시기가 생각났다. 마트에 가는 것조차 눈치 보이고, 마감 시간에 사람들이 몰려 우왕좌왕하던.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작품에서는 도시 전체가 폐쇄되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 벌어진다. 가족이 생이별하고, 잠시 머물 계획이었던 여행자가 발이 묶인다.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사태 앞에서 사람들은 '타협'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체념하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나 질병 앞에서 인간은 나약함을 비로소 인정하고, '나'의 안전이나 행복만을 외치던 사람들은 '우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물질만능주의가 아니라, 연대의식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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