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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l 26. 2023

독서일기: 페스트와 추상


"공익에 대해 말씀하시려는 거군요. 그러나 개인들이 행복해야 공익도 이루어지는 겁니다."

의사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말했다.


페스트가 더욱 기승을 부려 사망자 수가 일주일에 평균 오백 명에 이르는 요즘, 병원에서 보낸 그날들이 정말 추상적이었을까? 그렇다, 불행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는 추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108)



코로나 시절, PCR 검사를 받으려고 보건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문득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베르 카뮈가 묘사한 페스트라는 전염병은 코로나보다 몇 배 더 무섭고 잔혹한 추상이 아닐까.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불행 앞에서 때론 현실을 부정하거나 미화시킨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려고 할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추상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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