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채팅방에서 고양이 사진을 올려서 나도 아톰 대리의 사진을 공유했다. 때마침 책상 밑에 서서 날 감시(?)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떠돌다 직원들과 동거동락한 지도 어느덧 8년째. 처음에는 녀석이 낯설고 소형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멀리 했다. 하지만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젠 간식도 챙겨주고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니, 찐 반려동물이다.
주 5일 근무제로 바뀌면서 우리 회사도 주말엔 쉬지만, 직장 근처로 이사한 뒤 아톰 대리를 주말마다 챙겨주고 있다. 혼자 있으면 밥도 잘 안 먹고 패드도 냄새나기 전에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복도에 패드를 깔아 뒀더니 하룻밤 사이에 한강을 만들어놓았다. 여름이라 물을 전보다 더 자주 마시기 때문이다. 어제 주문한 화식이 오전에 도착해서 살짝 녹아있었다. 사료랑 섞어주니 폭풍흡입한다. 똑같은 걸 자주 먹이면 지겨워해서 요즘엔 새로운 걸로 바꿔가면서 까다로운 대리님 입맛을 만족시키려 노력 중이다.
더워서 자꾸만 바닥에 드러눕는 대리님을 위해 얼마 전엔 쿨매트도 장만했다. 사무실 한쪽엔 보금자리와 간식패드도 있다.
"요즘 세상에 집이 한 채도 아니고 두 채라니... 능력자 대리님."
얼마 전까진 복도에도 집이 있었는데, 새끼냥이들이 입사(?)하는 바람에 한 채는 양보했다. 반려견에 이어 고양이들까지 챙기느라 정신없지만,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입사 초기엔 자주 아파서 병원 데리고 다니느라 바빴지만, 좋은 사료랑 간식 먹여가며 정성으로 돌보았더니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마냥 예뻐하고 장식품처럼 키울 애완동물 대신,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낼 반려동물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