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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나빠도 암기 잘할 수 있어요

by 은수달


"저기 언덕 위에 있는 카페 이름이 뭐였죠?"

"헤이메르!"

"이름이 어려운데... 어떻게 한 번만에 튀어나오죠?"

"맛집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릴 적에 난 암기력이 약한 편이라 역사, 생물, 지리와 같은 암기 과목에 자신 없었다.


"아무리 애써도 막상 시험칠 땐 기억이 안 나."

"그럼 목차부터 외우고 세부 내용을 채워봐."


S대 출신의 외삼촌이 제시해 준 암기법을 속는 셈 치고 받아들였더니, 시험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역사도 일일이 다 외우려 하지 말고, 시대별 특징이나 전체 흐름부터 파악하면 문제 푸는데 유리할 거야."


책을 꾸준히 접해서 국어나 사회 과목은 자신 있었고, 영어는 어원이나 발음 중심으로 공부해서 그런지 철자를 비교적 잘 외우는 편이었다.


"은수님 말대로 2 회독하면서 예시 따라 적으니 단어가 저절로 외워져요."


영어 때문에 고민하던 지인한테 강성태 영단어 책을 추천해 줬더니 매일 카페에서 2시간 넘게 공부했고, 영어에 흥미를 붙이게 되었단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도 제목이나 줄거리가 생각 안 날 때가 많아서 서평을 꾸준히 적기 시작했다. 작가소개 및 줄거리, 감상평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책 제목이나 내용뿐만 아니라, 특정 구절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사람 얼굴이나 이름에 취약한 편이라 한때는 안면인식장애를 의심한 적도 있다. 몇 번씩 봐도 이미지와 이름이 매칭이 안 되거나 만났던 사실조차 기억 안 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 영역이 넓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 못 하면 난감한 경우가 있어서 전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몇 가지 특징별로 정리해서 외우곤 했다.


업무상 필요한 사항은 달력부터 노트, 포스트잇 등을 활용해 여러 번 보면서 머릿속에 저장했다. 그러다 보니 책상 앞엔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다.


또래보다 말이 어눌했던 막내 조카는 같이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 한 문장씩 따라 하게 했고, 가능한 긴 문장으로 대화를 시도하며 어휘력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은 또래보다 어휘력이 풍부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단어를 외우거나 표현하곤 한다.


지능이 낮다고 해서,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해서 섣불리 머리가 나쁘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암기하는 요령만 익히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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