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한텐 존경받고 카리스마 넘치는 간장종지가 딸에겐 늘 어렵고 불안한 존재였다. 언제 말이 바뀌거나 행동이 달라질지 몰라 눈치를 살폈고, 떼쓰면 더 혼나거나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걸 알기에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노력하거나 투쟁하는 법을 배웠다.
간장종지는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했으니 여생이라도 마음 편하게, 못해본 일들 실컷 했으면 좋겠다. 양푼이는 하고 싶은 일은 거의 다 해봤으니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적어도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자식이 되지 않기 위해, 치사하고 비열한 인생을 견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