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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계곡과 SNS를 멀리한 이유

by 은수달


"지금은 계곡은커녕 오 분도 서 있기 힘드네요."


브런치 먹고 계곡으로 가기 위해 이것저것 챙겨서 나왔는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그럼 밥 먹고 카페나 갈까요?"


우린 몇 초 만에 의견일치를 보았고, 천성항에 들러 점심을 먹은 뒤 언덕에 자리 잡은 카페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카페 입구까지 오르막길이긴 했지만, 탁 트인 풍경이 우릴 반겼다.



이번 휴가는 조카들 없이 애삼이랑 둘이서 오붓하게 보내고 있다. 평소라면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덕분에 좀 더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카톡방 역시 사진 몇 장만 올리고, 말수를 줄였다. 휴가 없이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육아 때문에 남모를 전쟁에 시달리는 지인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온전히 휴가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취미도 일처럼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번 휴가 때는 모임에서 스터디도 하고, 잠도 실컷 자고, 무엇보다 소중한 내 피부를 지켜냈다.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이십 분 이상 외출이 힘들지만, 모자와 안경 등으로 최대한 가리고, 차도 과열방지를 위해 커버를 씌워두었다. 잠깐 외출할 때는 에어컨을 켜서 실내온도를 차갑게 유지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룬 독서도 틈틈이 했다. 집중해서 읽지 않더라도 가방 속에 꼭 챙겨가는 휴가철 필수품.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즐기는 북캉스.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난감한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출근을 앞둔 휴가 마지막날. 피로를 풀기 위해 스파로 향했다. 주차하느라 시간을 뺏기긴 했지만, 그나마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침 필라테스 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따라 해보았다. 가족, 연인, 친구부터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저마다 다른 형태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일 년에 두세 번 주어지는 황금연휴를 SNS 하느라 낭비하지 말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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