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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살기 싫은 수달이 제주에 간 이유

by 은수달


"우리 제주에서 같이 살래?"


막내 조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여동생이 조심스레 제안했지만, 단번에 거절했다.


남들은 제주 한 달 살기 등 제주 로맨스에 들떠서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수달에게 제주살이 제안은 또 다른 구속으로 여겨졌다.



나의 여동생은 청담동에 살다가 제부 직장과 큰 조카 교육 때문에 제주행을 결심했다.

'여행도 아니고 이주? 문명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 싶어 하는 여동생이?'


처음엔 의아하고 이해가지 않았다. 강남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다 못해 감수해야 할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연고도 없는 제주도라니!!


멀리 떨어져서 서운해하던 엄마도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딸이랑 사위 덕분에 제주에 자주 갈 수 있다며 좋아했다.


이삼 년에 한 번씩 제주를 오가며 그곳의 장단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제주살이를 거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1. 자연의 변화와 풍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2. 날씨가 변덕스럽고 바람이 많이 분다. 특히 겨울엔 모래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3. 해마다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나 볼만한 곳이 생긴다.

4. 높은 건물이 대도시에 비해 적고 교통체증이 덜하다.

5. 상가에 주차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6. 물가가 대체로 비싸다. 최근엔 바가지요금 때문에 이슈가 되기도 했다.

7.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병원, 쇼핑몰 등 편의시설이 적다.

8. 텃세가 심한 편이다.

9. 인구밀도가 낮고, 지역별 혼잡도 차이가 크다.


어디 살든 마음 붙이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고향에 내려왔을 때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적응하며 지낸다.


그래도 내게 제주는 가끔 조카들 볼 겸 놀러 가는, 친숙하지만 거리를 두고 싶은 곳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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