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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나한테 왜 이래?

by 은수달


"경찰청? 맞겠지?"



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를 납부하려는데, 예금주 이름이 조금 낯설다. 그래도 '경찰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맞는 줄 알고 입금했다.



혹시나 싶어서 고지서에 나온 계좌번호를 확인하니 끝에 두 자리가 틀렸다. 아뿔싸!



곧바로 관할 경찰서에 좌초지종을 얘기한 뒤 도움을 청했다. 잘못 보낸 계좌번호와 예금주명을 불러준 뒤 연락을 기다렸다.


"계좌번호 다시 불러주실래요? 한 자리가 모자라는데요?"

"잠시만요. 입금한 계좌번호는 앞에 여섯 자리, 뒤에 여덟 자리 맞아요."

"이상하다... 다시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잠을 충분히 못 잔 탓일까. 아니면 요즘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



결제를 가끔 잊어버리는 경우는 있어도 계좌번호나 금액을 틀리게 입력한 적은 거의 없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엔 과태료의 입금 기한을 하루 넘기는 바람에 경찰서에 문의해서 가상계좌 번호를 다시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


그리고 거래처에 어음으로 보낸 사실을 잊고 현금으로 중복지급해서 어렵게 돌려받은 적도 있다.


회계 업무를 몇 년째 맡고 있지만,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입금하기 전에 계좌번호나 금액을 두세 번씩 확인한다.



또한, 엉뚱한 계좌로 잘못 송금했다면 해당 업체나 기관에 반환 청구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신중, 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오늘은 충분히 쉬면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p.s. 관할경찰서에서 입금한 계좌번호를 추적해서 처리해 주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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