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흉내 낸 중앙 조명이 어두워지며
저녁이 밤으로 접어드는 시간,
하라판 거리에 늘어선 가로등이 깜박이며
거리에 기묘한 활력을 더했다.
한 사람이 영영 사라질 뻔했던 일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이상한 활기 속에서 태린은 선오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36)
원하면 원할수록 지표면은 손 아래에서 닳아갔다.
태린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는 지상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지상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 지상을 쫓는 사람을 갈망하는 것일까. (47)
지상에도,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렇게 쉽게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간절히 원한 적이 있다. 가지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건 사람 마음뿐만이 아니다. 부와 명예도, 외로움이라는 허기도 채우려 할수록 오히려 달아나기 쉽다. 그래도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