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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슬기로운 사회생활
적반하장은 가분수
by
은수달
Apr 4. 2022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사고, 질병, 이직, 이사 등등.
하지만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모임을 일 년 넘게 운영해오던 C는 최근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데다 모임에 대한 피로 누적, 다른 멤버들과의 갈등이 겹쳐 모임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정말 이대로 그만두고 싶은 거니, 아니면 잠시 쉬고 싶은 거니?"
진지하게 묻자, C는 잘 모르겠단다.
자주 활동하던 회원들한테 모임의 일시적 중단에 대한 의사를 밝히자, 무책임하다는 둥
서운하다는 둥 다양한 반응이 나왔단다.
"서운한 건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뭐가 무책임하다는 거지? 하루아침에 모임을 없애버리거나 탈퇴한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모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는 건데..."
나도 예전에 모임장을 맡은 적이 있는 데다 지금은 타 모임에서 운영진을 맡고 있어서
그 자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안다.
수익이 발생하는 영리 단체도 아니고, 오래 활동하면 공로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일부 사람들은 특정 모임의 운영진이 대단한 권력을 누리거나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그렇게 운영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직접 운영해보실래요?"
몇 년 전, 대안 없이 모임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 한 회원한테 참다못해 제안한 적도 있다.
미세먼지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어느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 한편, 속으로 '그렇게 불만이면 본인이 대통령 해보시던가...'라고 생각했다.
Photo by
Mathias P.R. Reding
on
Unsplash
그동안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스터디를 한 C.
그리고 며칠 후, C의 아버지가 확진됐단다.
"나도 검사받았는데 음성 나왔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고 내일이나 모레 키트 다시 해 봐."
**
이틀 후,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날 스터디 멤버 중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단톡방에 알리는 게 좋지 않을까?"
다행히 다들 음성인데, C와 A만 양성이었다.
처음엔 걱정을 드러내던 A는 감염의 경로를 추적하더니 며칠 전 스터디를 언급했단다.
"최근엔 사람들도 거의 안 만나고 매장도 쉬었는데..."
구체적으로 C를 꼽진 않았지만, C한테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비쳤단다.
"지금 이 시국에 경로를 추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그리고 만에 하나 너한테 옮은 거라고 해도 그걸 탓한다고 무슨 소용이니?"
C의 말을 듣고 내가 더 흥분해서 따졌다.
평소엔 세대 차를 넘어 친구로 지낼 수 있어서 좋다며, C를 추켜세우던 A는 자신한테 불운이 닥치자 곧바로 얼굴을 바꾸었다. 그동안 몰랐던 A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씁쓸했고, 모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물론 상황이 안 좋거나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적반하장은 유분수'라는 말처럼, 아무리 가까워도 넘지 말아야 선이 존재하고 때론 지나침이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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