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초코야 미안해

by 은수달


"초코야 미안해. 얼른 나아서 다시 만나자."


6년째 운행 중인 자가용의 애칭은 '초코'다. 남들한테 '초코'를 얘기하면 대부분 애완동물인 줄 안다. 하지만 초코는 내게 하나로 족하다.




보름 전쯤, 아파트 주차장에서 급하게 나오다가 쿵하는 소리가 들려 차를 세운 뒤 오른쪽 문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번에도 오른쪽? 그것도 주차장에서?'

지금까지 주차장 접촉사고만 네 번째. 한 번은 상대방 과실, 한 번은 양쪽 과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은 내 실수. 도로에선 아찔한 순간도 잘만 피해 가는데, 주차장만 들어서면 시야가 좁아지고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하고 만다. 근데 이번엔 사고 여파가 오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출퇴근용으로 지원받은 법인 차량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조심하는 편이다. 고지서도 회사로 날아오고, 사고 나서 보험 처리할 경우 할증이 더 높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피일 미루다 사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센터에 견적을 받으러 가니 대략 200만 원 정도 든단다. 다행히 부품 재고가 국내에 있어서 지난번처럼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초코를 맡기고 나오는데, 심란했다. 귀가하면 주차장에 있어야 할 초코가 당분간 센터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퇴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버스 배차간격이 한 시간이 넘어서 출근시간에 맞추기 힘들다. 다들 직장이 시외인 줄 아는데, 같은 부산시에 있다. 다만 교통편이 안 좋을 뿐...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택시를 이용해 회사까지 가면 한 시간 10분 소요. 자가용으로 이동해도 대략 그 정도 걸리니 나쁘지 않다.



몇 년 전, 자차가 없을 때는 마을버스와 지하철, 경전철을 갈아타고 도서관에 다닌 적도 있다. 도서관이 이전하는 바람에 한동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고, 집에 가는 길엔 마을버스 타는 것도 애매해 15분 거리를 한여름에 걸어 다닌 적도 있다. 가장 출퇴근이 힘들었을 때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원거리 사무소에서 일할 때였다. 그 당시엔 야간수업도 듣고 있어서 마치면 택시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해 수업을 들으러 갔고, 틈틈이 문서 알바도 하느라 운동할 시간도, 지인들 만날 겨를도 없었다.


몇 년 만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자가용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출근길에 글을 쓰거나 사색에 잠기는 여유도 덤으로 누리게 되었다.


그래도 초코가 얼른 상처를 회복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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