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대한민국에서 카페는 단순한 유희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일하는 공간,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 등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커피전문점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고, 휴식도 즐기는 ‘코피스(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족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느 대학가의 북카페는 2층을 공부하는 공간으로 분리해 대학생들이 즐겨 찾도록 활용하고 있었다.
원래 카페의 어원은 프랑스어 ‘카페테리아(cafeteria)’의 줄임말로, 커피를 뜻하는 터키어 ‘kahv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최초의 카페는 카네스(Kanes)인데, ‘커피를 파는 집’이란 뜻을 내포한 이 단어는 프랑스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공간을, 영국에서는 커피는 물론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는 간편한 식당을 뜻한다. 세계의 유명한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카페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친분도 쌓고 정보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글을 쓰고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집이 아무리 편하고 조용해도 집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적당히 시끄러운 공간에서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는 사실을 이십 대 후반에 알게 되었다. 일 년 넘게 백수 생활을 하고 창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자주 찾은 공간이 아마 카페일 것이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식사까지 해결했지만, 장시간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조용한 가운데 책장을 소리 나게 넘기거나 벨 소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더 귀에 거슬렸다.
시내 곳곳에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몰상식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카페의 원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세상에는 생각보다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는 나이나 성별, 인종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공간이기도 하다. 커피나 음료 한 잔 값으로 쾌적한 공간을 나의 사무실이나 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면 그리 비싼 대가는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카페에서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거나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사람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안심된다.
내가 쓴 많은 글과 문서작업이 카페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카페는 내게 때론 집보다 더 편하고 효율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을 더욱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지양하고, 내가 조금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의 편함을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언성을 높이거나 직원에게 시비를 걸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사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