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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25. 2024

반차 쓰고 영도행


"여기 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감기는 며칠 내내 이어지고, 기침과 콧물에 시달리느라 업무 집중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어쩌면 감기를 핑계로 좀 쉬고 싶었던 건지도.


바쁜 시기가 살짝 지나서 이번 주엔 마음먹고 쉬기로 했다. 아껴둔 연차와 반차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했고, 덕분에 컨디션도 차츰 회복되고 있었다.


오늘은 오전 업무만 마치고 영도로 향했다. 로스터리로 유명한 모모스 앞에 주차하려니 자리가 꽉 차서 다른 곳을 찾아 헤맸다. 근처 골목을 두 번이나 돌았는데도 빈자리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여기 주차하고 다른 데 가야겠다.'



근처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원지. 분위기로 봐선 왠지 와인을 마시거나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직원한테 커피만 마셔도 되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창가에 자리 잡은 뒤 카페 라테를 주문하고 나서 창밖을 쳐다본다. 자전거 타는 사람, 쌩쌩 달리는 차들, 그리고 커다란 선박이 보인다. 바닷가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카페 안에서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닷가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는 여자는 다름 아닌, 바로 수달이다.


한 때는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글 쓰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짬 내서 글도 쓰고 여유를 즐기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건지도 모른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돈이 없어도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곤궁 속에서 나답게 살고자 하는 욕심, 혹은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어쨌든, 반차 쓰고 떠난 영도행을 마음껏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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