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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이 사유로 이끌 때

by 은수달


머리도 복잡하고 아픈데 커피나 마시고 올까?


바쁜 시기도 지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슈퍼갑질하는 거래처 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썼더니 어젯밤부터 편두통이 생겼다. 오전에 외근 다녀와서 점심 먹은 뒤 책상 앞에 앉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급한 일만 처리해 놓고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커피를 마시며 창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밥벌이 때문에 당장 일을 그만둘 순 없지만, 언젠가 좀 더 여유롭게 글을 쓰거나 독서하는 삶을 그려보았다.


[본업만 그만둬도 삶의 질이 급상승할 듯 ㅋ]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품고 살잖아요]


잠깐 머리 식히고 돌아오니 아톰 대리가 책상 밑에 숨어서(?) 대놓고 업무방해한다. 쓰담쓰담해 주고 나서야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주는 대리님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앎을 가져다줄 순 없지만 그 사람을 성찰로 이끌 수는 있다.

내 안의 공허함이 나를 사유로 이끈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공허함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고 사유라는 이정표를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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