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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24. 2024

글쓰기는 도자기다


오래전, 도자기 페인팅을 배운 적이 있다. 자주 가던 거리에서 우연히 '도자기 공방'을 발견했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이 날 그곳으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형태의 머그나 접시를 만들어 색깔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했고, 페인팅이 익숙해질 무렵 물레 작업을 배웠다. 온몸의 긴장감을 활용해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차츰 내가 원하는 형태의 도자기가 만들어졌고, 성형과 페인팅을 거쳐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낸 뒤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곤 했다.


최근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도자기 공예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났다. 커다란 흙 덩어리가 여러 단계를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글쓰기와 비슷한 것 같다.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과 감정들을 언어라는 틀에 넣고 조합하다 보면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가 탄생한다. 그걸 다시 다듬어서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작품으로 세상에 선보이면 작가 또는 예술가로 불린다.


온전한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빚어내는 일이 때론 고통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실수로 무언가를 빠트려 손잡이 없는 잔이 탄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 역시 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무가 유로 바뀌기도 한다.


드넓게 펼쳐진 백지 사이로 언어가 자유롭게 부유하는 상상을 해보자.


글쓰기는 관념이라는 덩어리를 빚어서 실체를 가진 오브제(object)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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