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국어국문학과. 하지만 글쓰기와는 조금 거리가 먼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꿈도 차츰 멀어지는 듯했다. 거기다 학연이나 지연이 없으면 등단할 확률도 그만큼 희박하다는 얘기에 반쯤 포기한 상태로 수업에만 충실했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소설 쓰기에 입문했을 때조차 나의 재능에 의구심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교수님 등장!!
한 달에 한두 번 학과 게시판에 각자 과제를 올리고 있었는데, 그중 내 글이 뽑혀서 학우들 앞에서 발표를 한 적 있다. 창피했지만 한편으론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고등학교 때 논술 수업 들었던 보람이 있네.'
그걸로 만족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날, 교수님이 불쑥 내게 물었다.
"혹시 따로 써 놓은 글 있니?"
"글이요? 가끔 쓰는 일기 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좀 보여줄래?"
그때만 해도 왜 교수님이 갑자기 내 글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이유가 밝혀졌다.
"이거 정말 일기 맞아?"
"그런데요. 왜 그러세요?"
교수님의 난데없는 질문에 머릿속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리 일기라도 국문학도가 이것밖에 못 써? 너무 유치한데?'
다음에 이어질 말이 두려워 긴장한 표정으로 교수님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건 마치 소설 같아. 혹시 본격적으로 글 써볼 생각 없니?"
일기가 소설 같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대답을 망설였다.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서 그래. 내가 틈틈이 봐줄게."
그 순간,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슴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의 열정에도 조금씩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종일 수업 듣느라 강의실을 옮겨 다니면서도 마치면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 읽고, 집에 와선 글을 쓰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 당시 썼던 글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때보다 반짝거리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문단이 새삼 얼마나 좁은 세상인지, 그리고 등단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피부로 와닿았다.
동기나 선배들이 꿈 대신 생계를 위해 교직이나 타과로 옮겨가는 동안에도 난 고집스럽게 남아 있었다. 물론 나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다. 취업도, 등단도 막막한 현실 앞에서 몇 번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글을 잘 써서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 혹은 열망이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