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 없이 어떻게 운전해요?"
얼마 전, 업체 직원과 동승했고 네비 없이 지도만 보고 운전하던 시절을 얘기하게 되었다.
"닥치니까 하게 되던데요. 덕분에 길눈이 밝아지고 방향 감각도 생겼어요."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라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눈앞에 닥치면 일단 해보는 성격이다. 운전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면허를 따게 되었고, 네비가 없으면 엄청 불편할 줄 알았는데 다닐 만했다.
지도를 펼쳐 한강을 가로지르는 8개 대교의 위치와 인근 목적지를 외웠다. 나머진 표지판을 따라가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머릿속에 저장했다.
비 오는 날, 강변북로에서 끼어들기를 못해 일산까지 간 적이 있다. 날은 어두워지고 빗방울은 굵어졌으며 돌아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가까운 주유소에 들러 서울로 돌아가는 방향을 물어보았다.
몇 년 만에 고향 내려와서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갑자기 차선이 없어지거나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드는 등 예상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네비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같이 헤매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초행길은 무조건 지도를 미리 검색해 보고 교차로나 분기점 등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덕분에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도 표지판을 열심히 보면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항상 정해진 목표대로 움직이거나 예상가능한 일만 닥치는 건 아니다. 이정표를 믿고 따라가다 길을 잃고 울상을 지을 수도 있고, 도중에 목적지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