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20만 원 올려주기로 했는데요."
"사장님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그럼 기타 수당에서 20만 원 올리면 되나요?"
올해 4월에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가 6개월만에 10프로 정도 올랐다 . 관련 직종 경험은 없지만 성실하고 눈치가 빨라서 입사 몇 달 만에 능숙하게 일을 해냈다. 보통 일 년 이상 지나야 연봉이 오르는데, 이번 연봉 협상은 이례적이라 나도 좀 놀랐다.
입사하자마자 미친 듯이 바빠서 힘들 텐데도 군말 없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그를 보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급여 담당이라 정산할 때마다 예민해진다. 가끔 실수로 금액을 틀리면 사과하고 정정해 주지만, 미안한 마음은 남는다.
서비스직에서 몇 년 동안 박봉으로 일하다 보니 사무직 신입으로 일하면서도 그런대로 잘 버텼다. 그러나 텃세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업무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직을 염두에 두고 적성 검사를 해보았다. 놀랍게도 회계가 적성에 맞다고 나왔다. 심지어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회계가 운명인가? 일단 한 번 해보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진 못하더라도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고, 사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며 일을 제대로 배우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도 조금씩 올랐다. 연차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긴 하지만, 그만큼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남들이랑 비슷하게 일하거나 낮은 성과를 내면서 연봉이 오르기만을 바라고 있는가. 구체적인 노력 없이, 상사나 동료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는 건 아닐까.
회사 입장에선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을 것이다. 만일 자신이 사장이나 대표가 된다면 어떤 직원을 뽑을 것인가, 혹은 어떤 인재를 원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