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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 생일 챙기는 시누이

by 은수달


"담주에 ○○ 생일인데 너도 같이 저녁 먹을래?"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올케는 내 생일도 해마다 잊지 않고 챙겨준다. 전문직에 종사해서 콧대 높고 깐깐할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속이 깊고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조카가 세 살 무렵 양가를 설득해 복직했고, 코로나 때 휴직할 때도 수당을 넉넉히 받아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


까다로운 작은 시누이는 타지에 살아서 얼굴 볼일이 거의 없으니 그것도 올케 복인 걸까.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할 때는 피부에 좋은 화장품과 이불을 선물 받았고, 재작년에 이사할 때는 식기세척기를 받았다. 시누이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다는 소리 들을까 봐 연락도 꼭 필요할 때만 하고, 엄마가 시누이를 마음에 안 들어할 때도 편 들어주며 가정의 평화를 지켰다.


원래 '형님'이라는 호칭을 써야 하는데 어색한 지 여전히 날 '누나'라고 부른다. 아무렴 어때. 내겐 남동생을 구제해 주고(?) 조카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는 존재인데.


"올케 밖에 나가면 미혼인 줄 알 텐데 너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올케한테 잘해라."


결혼 후 갑자기 살이 찌는 남동생한테 노파심에서 한 마디 했지만, 남동생은 소문난 애처가이다. 궂은일은 도맡아 하고 출장이 잦은 올케를 대신해 조카를 돌볼 때가 많다. 심지어 올케가 입덧이 심할 때는 같이 입덧을 했다고 한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어설프게 효자 노릇한답시고 죄 없는 아내 괴롭히지 말고, 효도는 셀프로 했으면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시누이도 귀하게 자란 남의 딸을 평생 손님처럼 대접해 주고 아껴주면 고부갈등도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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