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가 넓고 활발한 티라미수에게도 남사친은 있다. 연애할 때마다 공공의 적이 되는. 하지만 적당한 선을 잘 유지하며 만나는 베프이기도 하다.
"아무리 남사친이라고 해도 호감이 전혀 없으면 친구 사이로도 못 지내는 거 아냐?"
"말 그대로 인간미이지. 그 이상은 절대 아냐. 내 취향은 확고하거든."
"그래도 조심해. 남자는 나 빼곤 다 늑대야."
"늑대가 어때서? 얼마나 충직한 동물인데."
"늑대 취소. 그럼 속이 시커먼 짐승이라고 해두자."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끝나지 않는, 남사친 여사친 논쟁. 좋아하지만 사귈 명분이 없어서 위장하기도 한다. 4년 내내 썸만 타다 엇갈린 남녀도 있고, 모텔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냈는데도 아무 일 없었던 남녀도 있다. 하지만 '남자' 혹은 '여자'라는 성정체성은 때로 관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제발 고백하지 말라고!!"
그날도 티라미수는 에프킬라와 드라마를 보다가 외쳤다.
"고백할 타이밍을 놓친 건데 왜 기회가 없었다고 합리화하는 거지? 그럼 마음이 좀 편한가?"
"처음엔 자신의 마음을 몰랐다가 뒤늦게 깨달은 걸 수도 있잖아."
"그럼 '그땐 내가 어리석었구나' 반성하면 되지. 고백은 왜 하는 거지?"
"후회하지 않으려고."
"고백한 뒤에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드라마에 너무 몰입한 거 아냐?"
"답답하니까 그렇지. 상대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어야 고백도 먹히는 거야. 아니라면 괜히 민망해지거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고."
"옆에 있으면서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남자 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한 에프킬라가 반문했다.
"요즘에 그러면 스토커 취급받아.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호감은 오래 본다고 생기는 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