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32화

32. 미세 좌절의 시대

내가 잠시라도 어떤 사회 시스템에 간여한다면, 그 시스템 전반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살펴볼 의무가 있는 걸까?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미세 스트레스에 이어 미세 좌절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좌절, 또 좌절. 그러다 보면 주름살이 늘어나다 못해 땅바닥까지 내려앉은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당기꾼의 습격에 상처 입은 그녀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끌어올리기에 도전했다.

'그래도 책을 원하는 사람은 좀 낫겠지.'

예상대로 곧바로 반응이 왔고, 원하는 시간에 맞춰 나갈 테니 예약해 달라고 했다. 구매자가 여자일 거란 편견은 머지않아 깨지고 만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그녀는 별다방에서 바닐라 더블샷을 주문한 뒤 느긋하게 기다렸다.

[도착하면 연락 주세요~]

[네]

[저 도착이요. 입구에 와 있어요.]

[스벅 앞이신가요? 분홍색 바지 입고 있어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마주친 남자. 생각보다 나이가 어렸다.

"책은 깨끗할 거예요. 계좌번호 알려드릴까요?"

책을 살펴보던 남자는 직접 입력해 달라고 했다. 첫인상만큼 거래도 깔끔하다.

거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다시 독서에 열중했다. 잠시 후, 그로부터 후기가 도착했다.

간결하지만 의외의 멘트에 그녀는 속으로 씩 웃었다.

'중고거래를 통해 썸을 타거나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