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 그가 물었다. 우리는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날은 유난히 달이 크고 밝아서 달빛에 비춰 반짝이는 윤슬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바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내가 요양원에서 봉사를 할 때 본 많은 노인들처럼 이미 죽어있지만 죽지 못한 좀비들처럼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나는 나의 죽음보다는 주변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그들을 떠나보낼 때 나에게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대상은 주로 부모님이었다. 엄마아빠가 더 늙어서 걷지 못하기 전에 해외여행 모시고 가야 하는데. 중국도, 하와이도, 베트남도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못하면 어떡하지. 마지막 순간에 더 같이 시간을 보낼걸, 상처 주는 말들 하지 말걸, 더 애정표현을 할걸 이런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중학생 때부터 이미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세운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생을 짧고 굵게 살고 싶어 한다. 60대가 되기 전에 죽을 거라고 말했었으니까. 그때마다 너 그거 진짜 이기적인 거라고 내가 그에게 말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기가 그때가 돼서 정말 그러고 싶다면 내가 옆에서 마지막까지 잘 보내주겠다고.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 할아버지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읽으면서 이거 참 찐 사랑이로구나 하고 감동했었다. 자신의 연인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게 하나 남은 소원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순례 씨가 나이 들어서 아플 때 간병해 주고 싶다.' 소설 속 할아버지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돌아가셨지만, 나는 정말 그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거다. 지금처럼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 해서 행복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나이 들어서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그를 행복하게 해 줄 거다. 절대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리고 싶지 않도록. 하지만 꼭 그래야겠다면 그래라. 나는 자기를 잘 보내주고는 멋진 연하남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테니.
끝낼 것처럼 싸우다가도, 소리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다가도, 요즘은 다시 평화로운 나날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이 사람이란, 아직도 걷잡을 수 없는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고 나를 압도하는 무언가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사람 옆에 있으면 나는 더 성장하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이기를 바라며, 내가 그 사람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어떤 걸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