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맥주, 말표 초콜릿,딱붙캔디, 매직 스파클링 흥행에 대한 생각들
'솔직히 조심스럽다.'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특정 브랜드나 상품들을 이야기하면, '네가 뭔데, 가타부타 떠들어?'라고 삿대질할 것 같았다. 이 글을 만약, 당사자들이 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제품 1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땀과 열정은 너무 고귀하다. 고귀한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그러나, 열정과는 달리 시장은 차갑고 냉정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Want)', '소비자가 필요로 한 것(Need),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것(Attract)'하지 못하면 퇴출된다. Want와 Need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은 시장에 너무 많다.
기업들은 Attract를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콜라보레이션이다. 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흘러 다니는 단어와 문장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게 이번 매거진(떠먹는 마케팅 - 곰표는 성공하고, 말표는 부진했던 이유.)을 쓴 이유다.
'1+1은 무한의 가치를 보여줬다.'
곰표의 콜라보레이션은 정말 운과 시간과 치밀함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밀가루 사와!"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곰표 밀가루를 사 왔다. 한국에서 밀가루 = 곰표라는 공식을 갖고 있다. (여담이지만, 비슷한 공식으로는 간장 = 샘표, 케첩 = 오뚜기, 백설 = 설탕 등이 있다.)
나에게 '곰표'하면, 가장 먼저 떠오로는 키워드는 '심부름'이다. 2019년에 곰표와 4XR이 콜라보레이션으로 패딩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나는 '심부름'이라는 향수에 젖어 샀을까? 사지 않았다. 직장인인 나는 저 패딩을 살 수 있는 자본력도 갖추었는데, 사지 않았다. 추억은 추억일 뿐 곰표 패딩을 입고 출근할 자신감은 없었다. 이렇게만 보면, 실패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터진 곳이 있다. 바로 20대였다. '레트로'라는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펀슈머'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거기에 '한정판'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사람들은 '열광' 했고, 지갑은 응답했다.
그 결과 곰표의 가치는 끝을 모르는 상승을 하게 되었다. 패딩에 이어 맥주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의 히트를 한다. 곰표는 상품의 영역을 뛰어넘어 '브랜드'의 영역을 창조해버렸다. 이를 보고, 다양한 브랜드들이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자극적인 콜라보레이션'
'곰표'의 콜라보레이션 굿즈들은 나에게 '감성'을 건드렸다. 매우 순한맛의 감성이다. 문제는 후발주자들은 이를 넘어서기 위해 자극적인 감성을 넣으려고 했다. '말표 구두약'을 초콜릿 모양으로 만들었다. '모나미 매직'은 스파클링 음료로 만들었다. 자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어, 현재는 관련 법을 제정하고 있을 정도다.
'말표 구두약' 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향수가 묻어있는 물건이다.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오면, 아버지의 구두를 닦고 500원 1000원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애틋한 감정이 묻어있다. 또 하나의 추억은 군대 휴가를 앞두면, 선임들과 모여서 군화를 닦던 설렘이 있는 물건이다. 나에게 남아있는 이런 감정들을 초콜릿 모양으로 바꿔버렸으니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기억으로 되돌아가서, 차라리 검은색 서류 가방이나 말표가 들어간 검은 장우산과 같이 그 당시 아버지의 이미지 (직장인과 회사원)를 연결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의 제품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브랜드+브랜드 , 브랜드+제품, 제품+브랜드, 제품+제품 간의 궁합과 소비자의 경험의 문제로 보인다. 카카오 프렌즈는 캐릭터 산업(라이선스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 캐릭터가 들어간 카드, 음료수, 과자를 쉽게 볼 수가 있다. 여기서 질문. 카카오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거리감이 느껴지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귀여운 캐릭터가 과자 봉지에 그려져 있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 다음 사례를 생각해보자. 만약, 벤츠에서 몽블랑과 손을 잡고 고급화된 볼펜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여기서 질문. 몽블랑 & 벤츠 콜라보레이션 볼펜에 대한 거리감이 느껴지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정판 굿즈로 나온다고 하면 프리미엄이 붙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해보자. 모나리자(휴지) 브랜드에서 오리온과 해태htb 와 손을 잡고 음료를 만든다고 해보자. 휴지가 물에 풀리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과육(건더기)이 있는 코코넛 음료다. 여기서 질문. 모나리자 & 해태 htb의 음료는 거리감이 느껴지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입술에 피가 나서 휴지를 물고 있던 기억들이 있는데, 휴지의 향과 맛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향과 맛이 음료에 베어 들어있을 것 같고, 더군다나 화장실 변기에 버린 휴지가 연상이 된다. 그래도 장점을 생각해본다면, 바이럴과 이슈는 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콜라보레이션에도 궁합이라는 게 존재한다. 누가 그 궁합을 더 잘 맞추느냐? 의 싸움이다. 곰표는 2가지 상품 전략을 가져갔다.
1. 곰표 = 밀가루(식품) = 흰색 = 패딩(의류) = 팩트(화장품)
2. 곰표 = 밀가루(식품) = 밀 = 밀맥주(식품)
재미난 건, 식품 카테고리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기는 쉬워도 다른 카테고리 속성을 식품 카테고리로 진입하기에는 정말 어렵다. (앞선 예의 모나리자를 생각해봐라.) 해당 부분은 시간이 있다면, 다음 이야기에 녹여 보겠다.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이유.'
콜라보레이션은 재밌다. 그리고 바이럴(마케팅적관점) 되기 쉽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시장에 뻔한 제품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시장을 파괴해 버린 선례('곰표')가 나왔으니, '우리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신기한 콜라보레이션 물건을 샀다.'라는 행위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기기 위해서는 과거 소비자의 소중한 경험들을 헤집거나 재구성하면 안 된다.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물건들을 통하여 새로운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 그게 '재미(Fun)'이다.
재미(Fun)가 더해진 경험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공유하며 서로 즐긴다. 이게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바라는 지향점이 아닐까?
* 안내.
1,3. 이미지 - 곰표 공식 홈페이지(클릭)와 말표 공식 홈페이지(클릭)에서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될 경우, 말씀 주시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이미지 - 무신사 곰표 상품 페이지(클릭)를 보시면, 자세한 통계를 확인 가능합니다.
4. 이미지 - 제가 직접 그려 삽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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